Series of TRUE-BLUE (2021~)

"푸른색으로 가득 뒤덮인 우주로 들어서기 전에 잠시 생각해봅니다. 세상 만물을 감각으로 상응하는 우리의 세계에서 예측 가능한 일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코앞의 미래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섬뜩한 진리는 인간에게 안정이란 허상으로 다가와 마음을 기울이게 합니다. 그곳에 향하기로 한 우리의 영혼과 감각이 동행하는 삶이라는 찬란한 시간을, 헛되지 않게, 그렇게 온전히 버텨내야 할 것입니다.”

앞선 잡문은 좋은 글일수록 짧고 간결하다는 진리를 몸소 행하려는 화가의 몸부림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아무튼 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읽는 그림보단 보는 그림’이란 다소 뻔한 슬로건을 앞세워 꾸준하게 고집을 부려왔다. 언젠가 모 재단의 수상 심사평 명목으로 ‘강력한 이미지로 트렌드에서 비껴 나 나름의 모색을 한다고 여겨지나 약간 진부한 면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라는 묘하게 찜찜한 문장으로 공표된 적이 있는데, 막강한 제도권의 힘을 당해 낼 도리가 없어 ‘그냥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TRUE-BLUE(2021~)』 연작만큼은 회화라는 순수한 물질 자체에 관한 집중과 선망을 온전히 담아낸 결정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TRUE-BLUE(진정한 색, 블루)》란 타이틀은 몇 가지의 확고한 근거를 토대로 명명되었다. 첫째, 파란색은 오래전부터 충실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졌다는 점. 둘째, 신념을 굽히지 않는 태도를 지닌 인물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는 점 또한, 잠시 머물다 사라 질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나의 세계관과의 일관성이 있다는 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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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현실적인 언어로 말해보겠다. 마그네슘의 결핍은 눈 밑 경련이란 신체 반응을 불러오듯 특정 색에 대한 케케묵은 열등감은 회화를 통한 극복 의지로 구체화되었는데, 그 색이 바로 파란색이다. 수습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나는 왜 지금껏 단 한 번도 파란색에게 떳떳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에 도달했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그랬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피하는 존재다. 따라서 한편으론 나의 육감이 제 역할을 잘 해낸 것 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나는 여태 회화를 통해 공포를 피하기보단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해왔기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파란색은 흔쾌히 극복의 대상이 되어주었다. 뜻밖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작품의 보편성이란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재료적 독창성에 집중해왔다. 그 무렵, 파란색이 뿜어내는 특유의 묵직한 압력이 소용돌이치는 대자연의 풍광들에 대한 중화제로 작용된다는 점을 목격했다. 한마디로 감상자로 하여금 숭고함과 경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공포가 공존하는 대자연이란 존재를 평온함으로 풀어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찾게 된 이후, 불안은 오히려 표현에 대한 당위성을 더욱 견고하게 해 주었다.

‘여기서 그만두었더라면?’

아직까지도 나를 아찔하게 만드는 가설이지만, 나는 불확실함이 득실대는 더 먼 바다 너머로 나아갔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캔버스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견고하게 제련된 알루미늄 판 위에 직접 제조 한 물감을 칠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보편성의 파도에 저항하기 위해 또 다른 파도를 그린 셈이었다.

오늘의 불확실성에 대한 탐구과정은 빈틈없는 파란색으로 기록될 것이다. 막상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덧붙이자니 그것은 마치 수심을 알 수 없는 작품 속 심해와 같아서 뭐라 장담할 순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조금 더 힘차게 고집부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정도다.

 

자, 그럼 노를 젓자.

'Think for a moment before entering the blue-filled universe. It means that nothing is predictable in our world, where everything corresponds to our senses. The terrifying truth that we cannot even predict the nearest future approaches us as an illusion of stability and tilts our minds. We will have to endure and not waste the splendid time of life in which our souls and senses accompany us.'

I would like to see the above miscellaneous texts as the struggle of an artist who wants to practice the truth that the better the writing, the shorter and more concise. Anyway, for a short period of time, I have been persistently insisting on the rather obvious slogan of 'pictures to see rather than pictures to read'. It was once published in the name of an award review by a foundation with a strangely poignant sentence, 'I think I'm trying to deviate from the trend with a strong image, but it's a bit banal, so it's a pity'. There is no such thing, so I remember saying, 'I guess it's just like that'. However, I would like to emphasize that the 『TRUE-BLUE (2021~)』 series is a crystal that completely contains the concentration and envy of the pure substance itself of painting.

The title "TRUE-BLUE" was named on several solid grounds. First, blue has long been considered a color symbolizing fidelity. Second, it is also a term for a person with an attitude that does not bend his beliefs, and it is consistent with my worldview in which I do not want to be caught up in a trend that will stay for a while and disap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