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기다려야지."

"누구를?"

"고도를 기다리기로 했잖아."

"참..그렇지."

샤무엘 베케트의 희곡「고도를 기다리며」중 한 장면이다. 등장하는 두 명의 늙고 가난한 광대는 한 그루의 나무 곁에서 고도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조차 망각한 그들의 막연한 기다림과 고도의 소식에 대한 희망은 그들의 온갖 광대놀음으로 하여금 희화되어 나타난다. 사실 '고도'란 그 무엇도 누군가도 아니지만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삶에 있어서 누구나 '고도' 를 기다리며 그것은 각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돈, 사랑, 명예. 이 정도면 대표적인 예시일까. 나에게 있어서 '고도'란 기다리는 삶에 내제된 추위와 외로움. 그리고 인내와 고통이다. 이는 곧 혹독함이며 현재이다. 현재는 아무도 기다릴 수 없다. 기다리려고 하는 순간 자체가 이미 현재이자 과거이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고도' 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를 육안으로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임에도 불구하고 완강히 저항하며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 혹은 생존을 위해 포획한 먹잇감을 가차없이 해체하는 그들의 본능적 삶의 모습을 통해 드러낸다. 그리고 이들에게 내제된 촉감과 공기를 그리는 방식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놓여진 현실적 조건을 환기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는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잠재」는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 동사 혹은 형용사로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자 실생활에 자주 쓰이지는 않는 단어들 중 하나이다. 분명 존재하는 말이지만 막상 입에 담아 내뱉기엔 무언가가 어색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다. 이러한 단어처럼 혹독하리만큼 황량한 설원이나 가차없는 약육강식의 순간들 역시 현실에 기인하지만 결코 현실적이지만은 않다. 인간의 신체로서 쉽사리 접하기 힘든 야생. 이곳은 각자의 삶 속의 품어둔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키기에 분명 적합한 공간이며 그들의 본성은 날 것이다. 규칙 따위는 배제된 약육강식의 관계 속에서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선 미세한 위험신호에도 반응할 수 있는 본능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강자의 입장도 다를 바 없으며 무리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반나절 이상을 잠복하고 때가 되면 사력을 다해 사냥감을 포착하고 끝내 획득한다. 심지어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의 필연적 삶은 본능 그 자체에 가까우며 불순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강자와 약자간의 수직적 관계는 그야말로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본능 그대로의 현실이며 그것이 곧 삶인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작업에 거짓이 섞이는 게 싫다. 그래서 작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경험과 진심이다. 하지만 소재화 되는 공간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마주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결국은 누군가에 의해 재해석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현의 의무를 다할 필요도 없고 원본을 증언할 필요 또한 없다. 내가 그리려고 하는 것은 '고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원본에 대한 이미지는 머릿속의 잔상에만 의존한다. 그리고 이것을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즉흥적으로 실체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냥 칠하고 뿌리고 흘린다. 즉, 스스로에게 그리는 기술적 측면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본은 철저히 왜곡된다. 이 위에 또 다른 잔상을 받아들이고 드러내고 은폐하는 과정을 필요한 만큼 반복한다. 이렇게 해야지만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인 풍경들이 비로소 촉각과 질감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마치 작은 밀폐용기 속에 무작위의 물감을 마구잡이로 짜 넣고 흔들어 대는 것과 같다. 이처럼 조절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킴과 동시에 받아들이며 이것을 다시 자양분으로 삼는 과정은 고스란히 작업으로 옮겨진다. 여전히 작업을 하는 내내 자리 잡고 있던 불편한 감정은 쉽게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제서야 안전했던 울타리에서 벗어나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어서 일 수도. 과거의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기꺼이 속아주던 삶과 현재간의 거리로부터 오는 괴리감인지도.

"Let’s go. We have to wait"

"For who?"

"We were waiting for Godot"

"Oh, that’s right"

Let’s go. We have to wait"

It is one of the scenes from Samuel Beckett's play 「En Att Endant Godot」. The two old and poor clowns who appear in the scene are waiting for Godot underneath the tree. Forgetting when it started, their indefinite waiting and the hopes for the news of Godot is shown in a caricature through all kinds of clowns play. In fact, 'Godot' is not something or anyone but for sure it is not nothing.  In life, anyone can wait for 'Godot' and that can be delivered as a different meaning to each person. Could the money, love or fame be the representing examples? To me 'Godot' is cold, loneliness, patience and pain inherent in the life that's waiting. Before long, it is inclemency and the present. No one can wait for the present. It is because the moment they try to wait, the present is already the past. Therefore I do not wait for the 'Godot.' This attitude, despite that it could a strong blizzard which alters the foresight of the human eye is shown through the appearance of their instinctual life that ruthlessly dismantles the prey caught for survival or the tree that stands with a stubborn resistance. And through the method of drawing the touch and the air inherent in them, it holds the will to ventilate the realistic conditions that are placed in our lives. The 「potential」 which is the title of this exhibition is one of a word often used in the daily life as a verb or adjective rather than being used independently. For sure it is a word in existence but when it is actually spoken it feels awkward and distant. Like these words, the harsh and desolate snowy field or the moment of the strong preying upon the weak is attributed by the reality but it is never just realistic. The wilderness is a place that cannot be easily approached with the human body. This is certainly an appropriate space to evoke the irony held in the life of each person and their nature is a raw. In order for the weak to survive within the strong preying on the weak that has no rules, one must become an instinctive being that reacts to the smallest danger signals. This is the same for the strong as well. In order to maintain the life in the herd, one must ambush over half a day and when the time comes, the hunt must be captured with a desperate effort and at the end it is acquired. Despite such effort, one may not be able to gain any benefit. Their inevitable life is close to the instinct itself and there are no impurities. Thus, the vertical relationship between the strong and the weak is the reality shown through the pure instinct where no rules exist, and that is life. An uncomfortable feeling situated within me during the work does not seem to be disappearing easily. It could be because I am finally facing the uncomfortable reality away from the safety of a fence or a disjunction coming from the distanc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life where I was knowingly ignored and deceived.

Copyright © 2020 KIM JI HUN